북한산 등산 초보 산린이가 다녀온 코스 추천
초등학생, 유치원생, 두 자녀가 있는 저희 가족이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한 건 2021년, 작년부터입니다. 벌써 1년이 조금 넘었네요. 도봉산, 수락산, 용마산 등 아이들과 다니기에 비교적 수월한 곳들 중심으로 등산을 시작했고, 지난해 은평구로 이사를 오면서부터는 집에서 가까운 북한산을 집중 공략하고 있습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움직여야 하다 보니 험준한 코스, 혹은 왕복 5시간 이상의 장거리 코스는 가급적 피해서 다니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주로 계단길 위주로 다녔는데, 산행 경험이 늘기 시작하면서 요즘은 주로 완만한 암릉 구간을 찾게 됩니다. '암벽 타는 게 제일 재미있다'고 너스레를 떨만큼 아이들 실력이 많이 늘긴 했지만, 아직 조금 겁내하기도 하고 안전 산행을 지향하고 있어서 제가 소개해드리는 코스는 저같은 초보 산린이도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들입니다.
북한산 등산 시 초보 등산객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코스는 두 곳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추천드리는 구간은 저희 아이가 6살 때에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던 곳입니다. 북한산에서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 코스로 유명해 초보 등산객들도 많이 찾습니다.
추천 코스 1. 불광역 - 족두리봉 - 향로봉 - 비봉 - 사모바위 - 삼천사
저희 가족의 최애 코스입니다. 불광역 대호 아파트를 시작으로 약 7km 가량 되는 코스입니다. 등산 도중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아이들 컨디션이 좋은 날 기준으로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족두리봉으로 가는 첫 관문부터 암릉길이 이어지기때문에 아무리 초보라 할지라도 등산화는 필수 착용해야 하는 코스입니다. 종종 운동화를 신고 오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그 정도로 만만하게 볼 코스는 절대 아닙니다.
암릉 구간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중간중간 제법 가파른 구간들도 등장합니다. 이 코스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만만치 않다', '무섭다' 느끼실 수 있어요. 등산화도 가급적이면 접지력 좋은 등산화를 착용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비나 눈이 와서 바위가 젖어 있으면 많이 미끄럽더라고요. 여섯 살 아이도 오른 코스이긴 하지만, 정말 조심하셔야 합니다.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은 정상부에 추락 위험 푯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등산 초보 분들은 위험할 수 있으니 올라가지 마시고, 우회해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시는 게 좋습니다. 무서움 꼭 참고 올라가셨다가는 내려올 때 낭패 볼 수 있습니다. 오를 땐 비교적 수월하게 오르더라도, 내려올 때 애먹는 분들 정말 많았습니다. 특히 비봉은 암릉 구간에 숙달되지 않은 분, 고소 공포증이 있는 분들은 절대 무리해서 올라가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봉은 중간에 코뿔소 모양의 바위까지만 올라가셔도 충분히 멋진 풍경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어려운 구간을 지나고 지나 사모바위에 도착하면, 인근에 점심 식사 또는 간식 먹기 좋은 장소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이 코스를 산행할 때 꼭 사모바위 쪽에서 컵라면 하나씩 먹고 내려옵니다. 하산할 때에는 사모바위를 조금만 지나오면 좌측으로 삼천탐방센터 가는 길이 있습니다. 하산 길은 1시간 20~30분 정도 걸립니다. 삼천사로 내려오는 길은 계곡길로 바위와 돌이 많고, 여름철 비가 한바탕 내린 다음 날이면 등산로가 계곡으로 변합니다. 가을도 멋지지만, 삼천사길은 여름에 더욱 매력적인 코스인 것 같습니다. 겨울은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되네요.
추천 코스 2. 구기탐방지원센터 - 대남문 - 문수봉 - 삼천탐방지원센터
불광역에서 7022번 버스를 타고 '구기터널·삼성출판박물관' 버스 정류소에서 하차, 신호등을 건너 길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구기탐방지원센터가 나옵니다. 탐방센터를 시작으로 구기 계곡 따라 40분가량 오르다 보면 승가사 도착 전 대남문으로 가는 이정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승가사로 빠지면 비봉 - 사모바위로 이어지는 구간이고, 대남문으로 빠지면 문수봉으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두 구간 모두 첫 번째 추천 코스에 비하면 비교적 완만하고, 계단이 많은 구간입니다. 저희 가족은 계단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 지금 추천드리는 이 코스는 크게 힘들지 않게 다녀올 만큼 초보 등산객이 다니기 좋은 코스였습니다.
대남문에 도착하면 사방으로 갈림길이 뻗어 나갑니다. 저희는 대남문 - 문수봉, 그리고 대남문 - 북한산성입구, 두 개의 구간은 가봤는데, 두 곳 모두 나름의 매력을 지닌 곳입니다. 문수봉은 북한산에 갔다면 꼭 들러봐야 할 곳이라 오늘은 대남문 - 문수봉 코스를 추천드립니다. 문수봉으로 오르는 길은 '쉬운 길'과 '어려운 길'로 나뉩니다. 등산 초보들은 쉬운 길을 택하세요. 쉬운 길도 마냥 쉬운 길은 아니더라고요.
이 코스로 등산하실 때 점심을 산에서 드실 계획이 있다면, 대남문에서 드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지대가 평평하고, 대남문이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줘서 춥지 않게 식사할 수 있습니다. 문수봉에서는 기념 촬영을 하신 뒤, 뒤 이어 오는 등산객들에게 사진 명당을 양보해 주시는 센스!
하산은 사모바위까지 와서 내려가는 방법이 있고, 중간에 삼천탐방지원센터로 내려오는 길이 있어 그쪽으로 빠져도 됩니다. 두 방법 모두 장단점이 명확합니다. 문수봉에서 사모바위로 가는 길에는 가파른 암릉 구간이 한 번 나오는데, 이 구간이 초보가 오르기엔 쉽지 않습니다. 사모바위에 가시려면 이 어려운 관문을 반드시 통과하셔야 합니다.
문수봉에서 삼천탐방지원센터로 빠지는 길은 어렵지 않지만, 구간이 길고 길이 영 좋지 않습니다. 바위와 돌이 많은 길인데, 낙엽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 조심, 또 조심하셔야 합니다. '어렵지만 멋진 풍경 따라 빠르게 가겠다' 하시면 사모바위로, '암릉 구간을 타느니 천천히 길게 가겠다' 하시면 삼천탐방센터로 빠지면 됩니다.
저희는 사모바위까지 아이들 데리고 가기엔 어려울 것 같아 삼천탐방센터로 내려왔습니다. 하산길만 2시간 남짓 걸렸던 것 같아요. 이 외 북한산 초보가 다닐만한 등산 코스는 이후 포스팅에서 하나하나 상세하게 소개 드리겠습니다. 그럼 항상 즐거운 등산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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